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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

독후감 7.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by mudbrick 201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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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등과 같은 사회과학은 역사학과 같은 인문학이나, 수학과 같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 시스템과 같이 유동적인 모든 것들이 변수로 작용하기에 영속적인 이론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회과학이 세상을 보다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전제를 바탕으로 연역적 추론을 하기 보다는 그것을 바탕으로 귀납적 추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연구방법은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위대한 기업을 엄선해내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내려 했다. 콜린스와 그의 연구팀은 2000페이지의 인터뷰, 6000건의 논문조사, 3.8억 바이트의 정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적 속성(5단계 리더쉽, 사람 먼저 다음에 할 일,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라, 고슴도치 컨셉, 규율의 문화, 기술 가속 페달, 플라이 휠과 파멸의 올가미)를 밝혀낸다. 

전환점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좋은 실적을 보이다가 그 이후에는 위대한 실적을 올린다와 같은 6가지 큰 기준을 마련하고 그 방대한 자료들을 분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연구팀의 선입견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시키고 사실로 하여금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데이터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증거로 하여금 말하게 끔 하므로써 이 책의 연구들은 나의 예상들을 모두 깨어버렸다. 그 첫 번째는 리더쉽에 관련된 것이다. 영웅적 면모를 가진 세기의 인물이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전환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엔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물이 그 일을 해낸다는 사실. 

조직을 장악하고 모두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팀을 앞으로 이끌어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역설적으로 융합한 사람이 5단계의, 최고 위치의 리더라고 책은 말한다. 

나는 나에게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해도 4단계의 리더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학창시절이나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아마 전형적인 4단계 리더 밖에는 되지 않는다.(물론 4단계도 과분하다고 하겠지만) 학급의 반장을 할 때에도 내가 중심이 되어서 무언가를 주도했고 나라는 존재 없이 우리 반이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었다. 

부반장이였던 친구와 함께 반의 일을 나누거나 토론하는 일 없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했었다. 물론 그것이 반을 이상하게 만들지 않았고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조직 자체가 작은 학교의 한 반이였을 때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거대한 사회의 거대한 조직에서는 책에서 말하는 대로 4단계의 리더들은 자신의 재임기간 중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만 그는 그가 없는 자신의 조직을 상상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자신 보다 나은 후계자를 선정하고 직업적 의지와 개인적 겸양을 갖춘 5단계 리더들은 조직의 성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 사실은 나의 개인적 수양의 모습을 제시해줬다는 것에서 의미가 컷다. 아직 나의 진로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5단계 리더가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관념적 발견이 아니라 경험적 발견이였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었다. 내가 가장 먼저 이 책의 연구 방법에 관해서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저자는 증거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예상이 깨진 두 번째 사실은 할 일, 다시 말해서 목표나 비전을 결정하고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곳을 향해 나아갈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와 함께 가냐는 것이라는 사실이였다. 보통은 거창한 목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것이 성공한 사람, 또는 기업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또다시 예상을 철저하게 증거를 바탕으로 깨버린다. ‘무엇’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 ‘누구’라는 물음이 최우선 과제라는 명제는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내게 받아들여졌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진로가 경영쪽은 아니였지만 평소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감원을 하고 있고 이것은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후 보장이 되지 않는 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으로의 변신을 성공한 기업들은 비교기업들과는 달리 해고와 구조조정을 실적증진을 위한 주된 전략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기업에 가장 합당한 사람을 처음부터 붙들어 두기 위해 보수를 주고 그들을 가장 심각한 문제에 당면한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가장 큰 곳에 배치하므로서 놀라운 실적을 보여줄 수 있고 해고와 같은 소모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한다라는 것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힘든 여정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제시해준 연구 결과라고 생각한다. 

해당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다른 기업에는 적합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빨리 그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그러므로써 그 사람도 다른 기업에서 오래도록 발붙이고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엄격하지만 비정하지 않은 사람이 아닌 경영자가 되기 꿈꾸는 이들은 꼭 기억해 두어야할 항목이다.





세 번째는 책에서 스톡데일 페러독스라고 명명한 원칙이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 역사에 남은 수 많은 독재자와 실패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주변에 그들의 환심을 사 부와 권력을 독점하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말에 지도자들이 냉혹한 주변 환경을 직시하는 균형잡힌 시각을 잃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옛 군주들부터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대통령들까지 모두들 이러한 실수를 범했다. 사실이 꿈보다 좋다. 이 말은 눈 앞에 닥친 현실의 사실들을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카리스마가 자산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부채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개인의 리더쉽 퍼스낼러티가 가진 힘이 사람들로 하여금 주변의 냉혹한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인식이 바르게 되지 않는다면 전진은 없다. 현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플라톤은 철학자와 대중을 구분했다. 대중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기 때문에 진리에의 도약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철학자는 현실의 부조리를 인식하기 때문에 진리에의 도약을 시도한다. 물론 그곳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 

철학자가 대중과 구별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것에서부터 진리의 추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기업의 경영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조직의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해 좀 더 기초적인 실천을 한다. 

진실이 들리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이끌고 강제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 토론하고, 비난하지 말고 해부하고 정보를 무시할 수 없는 정보로 전환시키는 붉은 깃발 장치를 구축한다. 

파악이 끝난 후엔 결국 성공할꺼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잃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는 맹신이 아니라 구체적 분석후의 믿음이기에 돋보인다.




네 번째는 고슴도치 컨셉이다.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진 일과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그리고 당신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 이 세가지가 교차하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생각해보지는 않고 어떤 것에서 성공하고 싶다, 이런 분야에 업적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것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누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기에 성공할 확률은 아주 낮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의사, 판검사, 대기업 입사 등을 하고 싶어한다. 고슴도치 컨셉의 핵심은 그런 것이 아니다. 무엇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무엇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지, 동시에 무엇에서 최고가 될 수 없는지를 아는 것이다. 

목표나 전략이 아니라 이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다. 내가 목표로 했던 진로와는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된다. 그전의 목표들은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잘 하고 싶었던 것 들이였는지 모르겠다. 나에 대한 심각한 성찰 없이 그저 남들이 하니까, 멋있어 보이니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나 한다. 

도약에 성공한 회사들이 고슴도치 컨셉을 얻기까지는 평균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것을 찾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서 보듯이 그런 위대한 기업들도 단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자신들의 고슴도치 컨셉을 찾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탐구하려한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을.



다섯 번째로 나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기술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이행하는 필수 요소가 아니라 가속페달이라는 사실이였다. 즉, 기본적인 것이 선행되지 않은 응용이나 술수는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약 기업들은 기술에 열광하거나 편승하지 않지만, 엄선된 기술의 응용면에서는 선구자가 된다. 추진력의 발동기가 아니라 가속폐달로 사용한 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들이 사실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 주변요소라는 놀라운 사실이였다. 

위에서 말한 것들-5단계 리더, 할 일보다는 먼저 사람, 스톡데일 페러독스, 고슴도치 컨셉등-이 선행되어지면 추진의 주요 엔진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과학 기술은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어 같이 있으면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는 요소이다.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도약한 기업들은 여지없이 영속적 기업이 되지 못했다는 자료분석은 이를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에서 선구적으로 응용한 똑같은 첨단 기술을 직접 비교 기업들에 공짜로 넘겨주었다고 해도, 비교 기업들은 아마 비슷한 성과조차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기본의 중요성을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의 선입견을 초라하게 만든 것들은 모두 다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들다. 겸손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소유한 리더,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적합한 사람들을 조직에 포함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먼저하는 것,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절대적인 신념을 소유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 기술과 같은 요소는 핵심 엔진이 아니라 가속 페달일 뿐이라는 것 등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들이다. 

초인적인 CEO 예찬론이나 IT숭배, 인수합병 열풍 등 최근 과대평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경영수법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고정관념과 같은 것이리라. 

잭 웰치와 같은 유명인사가 아닌 겸손한 경영자가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요란한 혁신활동이 아닌 무수한 작은 일들의 누적이 성공에 이르게 했다는 책의 분석 결과는 위대해 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분명한 길을 제시해주었다. 

하지만 위대해 진다는 것이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해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걸 크게 만들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을 갖게 만드느냐’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한 고등학교 크로스컨트리 경주팀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다시 한번 고정관념을 없애준다. 당신이 뭔가를 얻으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키우고 싶어질 만큼 정말 관심이 가는 일을 찾아서 하라는 책의 말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와 그 이후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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