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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

독후감 6. 『백범일지』

by mudbrick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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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상을 가장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책의 후반부의 ‘나의 소원’을 중심으로 독후감을 작성해본다.

 

'나의 소원'은 '민족국가', '정치이념',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족주의라고 하면 배타적인 면이 강한 실체가 없는 이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백범이 주장한 민족주의는 그런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였다.

 

그는 추상적인 무언가가 구체적인 현실을 속박하는 것이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해동포의 크고 아름다운 목표를 향하여 인류가 향상하고 전진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마땅한 일이나 이것도 현실을 떠나서는 안되는 일이니 현실의 진리는 민족마다 최선의 국가를 이루어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서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일이라는 말을 한 것이다.

 

추상적 유토피아를 위해, 무한 변화하는 세계를 무시하고 설정된 목표를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인간과 사회의 구체적 생활을 파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세계 역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최우선으로 추구하여야 할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을, 민족의 분단 없는 통일을 바탕으로 세계의 사상을 낳는 것이다. 참으로 통찰력 있는 분석이 아닐 수 없다.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추구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 두가지 모두 불행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념에 바탕을 둔 한민족의 분단은 국가로 고착 되었고 그것은 개개인의 사생활과 공동체의 문화속에 하나의 억업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역사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이념이 설정한 유토피아를 위해 남과 북 양측의 국민들은 모두 희생되었고 당연히 그의 후손들이 살아갈 세계의 평화는 오지 않았다. 백범의 소원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의 자주 독립이였던 것과 남북의 단독선거를 반대하며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위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않겠다 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였다.

 

 

백범이 첫 번째로 말한 것이 민족이였다면 두 번째로 말하는 것은 자유이다. 정치이념편을 읽으면서 나는 백범의 통찰력에 또 한번 감탄했다. 현실의 문제점과 그것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어떤 것을 중심으로 설정해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는 모든 것을 부정했으며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산에 한 가지 나무만 나지 아니하고, 들에 한 가지 꽃만 피지 아니한다. 위대한 삼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만을 인정하는, 그래서 그것에 일점일획의 반대라도 하면 죽음으로 숙청하는 사상의 속박이 아니라 유교도 불교도 예수교도 서로 자유로이 소통하고 교류하여 공존, 발전하는 자유가 필수적이다. 그것이 진정한 진보이고 발전인 것이다.

 

특정 이념은 당시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게 해주고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여 준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지만 그것이 조선의 주자학이나 소련의 맑시즘과 같이 절대선으로 추앙받고 그것만이 진리로 인식되는 것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있고 또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세계를 올바른 길로 인도 할 수 없다.

 

다양성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반드시 최후적인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백범이 이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가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해석하고 싶다.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 -불황, 환경파괴, 전쟁, 기아 등등-은 그가 진단한 것과 같이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이점은 그가 유교, 불교, 기독교를 모두 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운 시프트 운동과 같은 것들은 파괴적인 발전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반성적 사유에서 진행되고 있다. 백범은 이미 오래전에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관심은 문화가 된다. 올바른 정신 문화를 배양하는 것이야 말로 그의 후손들과 세계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분단된 나라에서, 자유가 보장된 듯 보이지만 아직도 억압받는 나라에서, 자본주의라는 체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통일은 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나는 분단이 현 대한의 모순의 최정점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의 근본의 근본을 따지다 보면 그 꼭대기에는 분단이 있다고 믿는다.

 

백범이 민족의 통일을 외치며 남북한 단독선거를 외쳤을 때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물론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역사는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이승만의 반공 이데올로기로만 똘똘 무장한 민주 공화국이 아니라 진정 차이를 인정하고 참된 자유의 의미를 알았던 백범의 이상이 실현된 정부가 들어섰더라면 어찌되었을까?

 

그가 말한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소비에서 기쁨을 찾고 물질적 소유에서 행복을 찾는, 자신의 외적인 것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신을 찾는 현대인이 보다 많아져 지금 세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료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백범의 사상은 그가 살던 시대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말라 내가 걷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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