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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사전

무라타 제작소 - 성장과 초고수익의 비결, 고객 중심 영업과 R&D

by mudbrick 2018.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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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우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설립한 교세라와 같은 탄탄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이 많다. 무라타 제작소(Murata Manufacturing) 또한 이곳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단지 기술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독보적인 기술력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무라타 제작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라타 제작소의 주력 제품은 '적층 세라믹 콘덴서'다. 적층 세라믹 콘덴서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직경은 0-2mm 수준으로 모래알처럼 작은 크기지만 스마트폰 한 대에 약 700개가 들어가는 등 모든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이 제품에 있어 세계 시장의 절반 가량이 무라타 제품을 사용한다. 





<출처 - 무라타 제작소 홈페이지>

https://www.murata.com/en-global/products








미국의 유명한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매년 매출액, 이익, 시가총액 등을 종합 평가하여 세계 2,000대 기업을 선정한다. 이 중 2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한 제조 기업은 총 504개 밖에 되지 않는다.


무라타 제작소는 2017년 발표에서 종합평가 622위를 차지했다. 업종을 전자(Electronics)로 한정했을 경우 무려 히타치, 교세라 등에 이어 5위다. 





https://www.forbes.com/global2000/



흥미로운 것은 2,000개 기업 중 매출액으로는 885위지만 이익으로는 455위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무라타 제작소는 강력한 R&D를 바탕으로 저성장 시대에도 꾸준히 성장하며 고수익을 유지해왔다. 










CONSOLIDATED HISTORICAL DATA 2017 (Murata Manufacturing Co., Ltd. and Subsidiaries).xlsx



무라타 제작소의 영업이익률은 경이롭다. 2005년에서 지난 2017년까지 리먼 사태로 글로벌 경영위기의 영향이 전세계를 휩쓸었던 2009년을 제외한 평균 영업이익률은 15% 수준이다. 지난 5년 (2013~2017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7% 수준으로 20%에 육박한다.


무라타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율의 비결은 무엇일까?



BD (Business Developer)




무라타는 BD(Business Develop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BD'는 고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을 아는 영업맨'이다. 통상적으로는 영업사원이 고객과 미팅 후 고객의 요청사항을 본사에 전달한다. 기술, 설계 담당자와 영업사원이 이야기를 나눈 뒤 고객에게 피드백을 준다. 상급자의 결제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면 고객의 요청에 반응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무라타의 BD는 현장에서 고객에게 즉각적인 대응과 의사결정까지도 가능하다.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고객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권한이양




얼핏들으면 특별하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무라타의 BD(Business Developer) 같은 기술영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과 무라타의 '기술영업'의 차이점은 '권한이양'에서 두드러진다. 무라타의 BD는 자신이 담당한 고객사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실제로 모든 의사결정을 CEO처럼 내릴 수 있다


해당 BD만큼 담당 거래선, 관련 기술 등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확신 아래 무라타는 BD에게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권한을 이양한다. 따라서 BD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장에서 마치 사장처럼 판단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라타 제작소의 기술영업이 타사와 차별성을 갖는 가장 큰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고객사에서 기존의 관례에 따르거나 타 경쟁사 같았다면 1년 이상 걸릴 신제품을 두 달 안에 공급 받고 싶다는 요청을 어떤 BD가 받게 되었다. 일반적인 경우, 고객의 요구 사항을 서류로 만들어 보고해 의사결정권자의 결재를 기다리고, 결재를 받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힌 각 부서간 내부 조율에 시간이 지지부진하게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 고객의 기다림과 불만은 증폭될 것이다.


하지만 무라타의 BD는 단 3일만에 고객에게 부품 공급을 약속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이는 실제 무라타에서 벌어진 일이다. 권한이양의 조직문화가 빛을 발한 것이다. 이 사례는 일본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연결고리




권한을 '실제로' 이양 받은 무라타 제작소의 BD들에겐 고객과 밀접하게 만나 얻은 정보들을 R&D 부서로 연결하는 것이 체질화 되어있다. 고객 미팅 중 중요한 것을 스스로 판단해내고, 간단한 것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중요한 것은 유관 부서들과의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R&D로 연결되어 실제 제품화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렵사리 획득한 고객의 목소리가 회사에서 받아들여지고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쓰여지는 것만큼 영업사원들을 동기부여하는 것은 없다. BD들이 현장에서 획득한 고객이 원하는 제품, 기술 등 시장 흐름에 관한 정보가 무라타 내부로 모여 R&D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자연스레 조성되었다. 




책임지는 R&D




일반적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R&D와 생산은 구분된다. R&D와 생산 사이에는 설계와 기술 부문이 존재하며 R&D의 성과물이 양산에 문제가 없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무라타는 R&D가 파일럿과 생산기술까지 책임진다.


무라타 제품은 생산에 있어 아날로그적 성격이 강해 개발과 양산 과정에 시행착오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라타 제작소는 R&D의 책임하에 제품개발과 생산설비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 





고객 중심 R&D 로드맵


<출처 : 무라타 제작소 홈페이지>


Information Meeting 2017.pdf




'고객이 원하는 제품 개발'을 위해 BD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수립된 무라타 제작소의 R&D 로드맵은 6개월마다 수정된다. 


무라타의 R&D 로드맵은 크게 마켓 로드맵, 프로덕트 로드맵, 테크놀로지 로드맵 이렇게 3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고객과 마켓 로드맵을 공유하고, 그것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여러 프로덕트 로드맵이 만들어진다. 이에 기반해 해당 제품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테크놀로지 로드맵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로드맵들은 사내 사업부, 영업, 공장, 개발 등 전 부문이 공유한다. 개발 부문의 경우 사업부가 작성하여 공유하는 로드맵에 기반해 프로세스에 관한 요소 기술의 정비를 하면서 기술 플랫폼 별로 횡적으로 연대해 테크놀로지 로드맵을 작성하고 반기별로 재검토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모든 로드맵이 BD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돈'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흐름에 맞는 방향으로 회사 전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선순환




2014년 다이오 유덴의 CEO 와타누키에이지는 R&D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기술적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면 비싸도 팔릴 것이란 판단은 착오였다."


엔지니어들은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것과는 무관한 단지 기술적으로만 뛰어난 제품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독보적 기술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드시 고객들이 요구하는 적정 수준의 비용에 대한 고려와 시장성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시장흐름을 파악하는 역량이 강화됨으로써 무라타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며 성장과 수익 모두를 추구할 수 있었다. 지난 2008년 리먼쇼크 때에도 다른 경쟁사들이 모두 투자를 줄일 때 무라타는 R&D 및 생산 투자를 과감히 늘렸다. 현장에서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이동통신 시장이 3G에서 LTE에서 급격히 바뀔 것이란 것과,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개별 부품 보다는 고기능, 다기능의 모듈화 된 부품 수요가 많아질 것을 대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모듈화 된 부품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무라타는 시장을 리딩할 수 있었다. 


반면 경쟁사 다이요 유덴은 슈퍼하이엔드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대다수의 고객에게 오버스펙 된 제품을 출시하였고 이로 인해 무라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수익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요약해보면 고객에게 얻은 정보를 R&D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실력과 실질적 권한을 가진 영업,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고객과 시장에 포커스 된 R&D 로드맵, 생산기술을 아울러 책임지는 R&D조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게 된 조직의 역량.


이것이 지난 수십년간 놀라운 영업이익율과 성장을 지속해온 무라타 제작소의 성공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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