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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배치를 '자주' 바꾸면 혁신과 성과가 따라온다 - Harvard Business Review

by mudbrick 2018.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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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구성원간 상호작용 장려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사무 공간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폐쇄형 사무실과 칸막이가 설치된 큐비클 형 사무실에서 책상과 책상이 이어지는 개방형 사무실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무 공간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수준에서 그친다. 


직원들의 좌석 배치'정기적'으로,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귀찮고, 성가시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18년 3-4월 합본호에 '왜 사무실 자리를 자주 바꾸면 좋을까?'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아티클이 실렸다. 


이번 포스팅은 해당 아티클을 바탕으로 공간이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개한다.






공간과 창의성 


단순히 생각해보자. 


아무런 변화가 없는 환경에 놓여 있고, 반복된 일상을 반복하는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을 '여러가지를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사무 공간 내에서 좌석 배치를 바꾸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자리 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은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나와는 다른 배경, 다른 전공, 다른 지식을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옆자리의 동료와 사소하게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내게 익숙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연결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질적으로도 높아진다.





스티브 잡스의 정의에 따르면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많아지는 것은 창의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실제로 잡스는 픽사의 새 본사 건물을 설계할 때 건물 아트리움에 그 유명한 대형 중앙 화장실을 설치했다.


직원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좀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계획에 없던 '충돌'에서 혁신을 촉발하려는 속셈이었다.


픽사의 공동 설립자인 에드 캐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픽사의 본사 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당과 화장실처럼 사람들이 꼭 이용하는 필수 시설은 모두 중앙에 집중돼 있습니다. 서로 상관 없는 부서에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고, 소통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 문화의 창의성 유지에 큰 영향을 줍니다."



<픽사 본사 로비>






자리 배치와 성과


공간과 자리 배치가 직원들의 소통과 협업을 증가시킴으로써 창의성(Creativity)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수십건의 연구에 의해 뒷받침된다.


하지만 과연 경제적 이득, 즉 혁신과 성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증명하지 못했다.


카네기멜런대 이선기 교수는 우연히 자리 배치가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의 한 대형 전자상거래 회사가 사무실을 옮겼다.




기존 건물에서는 전자제품, 패션, 유아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구매하고 반짝 세일 같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6개의 머천다이저(MD)팀이 한 공간에 있었고, 6개 팀은 다른 공간을 썼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동하면서 모든 팀을 한 곳에 배치하고 싶었지만, 공간 제약상 중앙 현관을 중심으로 9개팀은 개방된 한 공간에, 3개팀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두 공간은 실내 장식, 조명, 경영진과의 근접성 등 대부분의 면에서 똑같았고, 옛 사무실 환경과도 매우 유사했다.


자리 배치에 대한 직원의 선택권은 없었다. 




이선기 교수는 MD 60명이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 120일과 이후의 80일, 총 200일 동안 체결한 38,435건의 거래를 분석했다.


더 많은 팀(9개)이 모인 공간에서 일하는 MD들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 모든 MD들이 맺은 계약보다 평균 25% 더 많은 신규 업체 거래를 성사시켰다.


더 놀라운 것은 잘 몰랐던 동료와 나란히 앉은 MD하루 평균 거래 수익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보다 40% 더 늘어난 16,510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자리를 바꾸고 한 달 안에 모든 종류의 상품 거래가 늘었고, 80일 동안 그 추세가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의 물리적 공간 변화는 회사가 시도한 다른 변화, 즉 개별 성과급을 고정 임금으로 바꾼 것보다 성과를 개선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창의성과 성과




1970년대 MIT 대학의 토머스 앨런(Thomas Allen) 교수는 다국적 기업 연구소 기술자들 간의 의사소통을 연구했는데, 그가 발견한 '앨런 곡선(Allen Curve)'멀리 떨어져 앉은 사람들끼리 대화가 극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여준다. 


예컨대 2015년 한 연구를 보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가까이 앉은 사람의 법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소개한 사례 속 전자상거래 업체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사무실을 옮기고 자리배치를 새로한 기간 동안 자동차에 전원을 꽂는 전기밥솥(생활과 레져의 결합),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한 귀마개(패션과 전자제품 결합), 음악이 나오는 배변 훈련용 변기(아기용품과 전자제품 결합) 같은 혁신적인 상품들이 조달됐다. 


이 교수는 MD들이 새로운 동료와 직접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우연히 들은 대화, 오가며 나눈 몇 마디 말에서 영감을 얻어 '점진적' 창의성이 '급진적' 창의성으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사람이 있고, 그들과의 소통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가 결국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자리 배치가 성과와 연결되려면


물론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작업 공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탁 트인 공간으로 이동했을 때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만족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목표가 구성원간 지식을 공유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주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자리 배치를 새롭게 해야 한다.


이선기 교수의 연구결과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사례에서는 중간 이상 경력을 쌓고, 새로운 업무 공간에서 적어도 몇 명쯤 낯선 동료를 만난 사람에게만 통계적으로 중요했다. 


따라서 자리 배치가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다음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 째,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이전에 단절되었던 직원들이 함께 일해야 한다.



자리 배치 변경이 조직의 창의성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일단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충분히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개인들이 소통하고 협업할 때 새로운 '연결'들이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선기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일단 전문 분야에서 충분히 배운 다음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창의성이 더 높아질 겁니다. 특히 가까운 거리가 새로운 동료와 신뢰를 쌓고, 가치 있는 참신한 지식을 나누도록 촉진합니다. 이런 역량이 주어지면 새로운 지식을 결합해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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