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감상

영화 남한산성과 소설 남한산성의 공통점과 차이점

by mudbrick 2017. 10. 6.
반응형

이번 포스팅은 2007년 4월 출간한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과 10년의 터울을 두고 개봉한 2017년 10월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것이다. 영화와 소설 각각에 대한 자세한 감상평은 추후 포스팅을 통해 적어보기로 한다. 우선은 각각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공통점, 소설 남한산성과 영화 남한산성의 차이점에 대해 적어본다.


2017/10/06 - [독서와 감상] - 영화 남한산성 - 주목할만한 미장센과 의사결정 관점에서 본 남한산성


2017/12/10 - [독서감상] - 독후감 11. 『남한산성』- 서날쇠와 이시백과 칸의 편에서


 

영화를 개봉 다음 날인 10월 4일에 심야영화로 신촌 CGV에서 홀로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0월 6일에 소설 남한산성을 다시 읽었다. 처음으로 소설을 읽은 것은 출간된 다음 해인 2008년이었다. 군복무 중이었고 당시 부대에서 쓴 독후감으로 포상휴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1. 공통점

영화와 소설 모두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자의로, 또는 타의로 세상 과의 길이 끊겼던 고립무원의 한 산성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자존과 치욕, 말과 칼, 봄과 겨울을 이야기한다.


"나는 살고자 한다. 그것이 나의 뜻이다." 소설 속 이 문장, 영화 속 인조의 대사가 내가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꼽은 단 한 줄이다. 



임금은 살려고 했다.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이 다르지 않을 것이고, 영의정 김류 또한 그럴 것이다. 조정의 당상관 당하관이 다르지 않을 것이고, 성첩의 병사들과 대장간의 서날쇠, 그리고 할아버지를 잃고 홀로 산성으로 들어온 나루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한산성을 기준으로 산성의 안에 삶이 있었다. 산성의 밖에도 삶이 있었다. 어떤 이는 그 기준선 안에서 살고자 했고, 어떤 이는 그 기준선 밖에서 살고자 했다. 남한산성의 안에는 선과 악이 한데 얽혀 있는 들이 뱀처럼 뒤엉켰다. 산성의 밖에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이 한데 얽혀있다.

 

조정의 대신들은 모두가 의(義)를 말했다. 하지만 대신들이 일으킨 말 먼지, 말 안개가 흑과 백 그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 의(義)의 위치를 숨겼다. 


거창한 언어들의 뿌연 연기 속에서 오직 서날쇠의 담금질만이 삶과 의(義)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료하게 가르켰다.   


 

청군의 포격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인 산성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시린 겨울을 견딘 민들레냉이가 억센 돌틈 사이로 피어났다. 산성 안에서는 다시 쇠 두드리는 소리물 길으러 가는 아낙들의 소리가 들렸고, 산성 밖에서는 뱃사공이 노젓는 소리가 들렸다.

 

 

2. 차이점

(1) 영화의 시작

  • 소설은 안주安州가 무너졌다는 장계를 받은 조정의 혼돈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 영화는 왕의 사신으로 최명길이 홀로 말을 탄 채 청군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 가마니 보급

  • 소설 속에서 병졸들에게 가마니가 보급되는 것은 수어사 이시백의 지시로 이루어진다. 성첩에서 언 발을 구르며 밤을 새우는 군병들이 밟거나 깔고 앉아서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고, 눈비가 올 때는 머리 위로 뒤집어쓰게 함이었다.

  • 영화 속에서 병졸들에게 가마니가 보급되는 것은 예조판서 김상헌의 청으로 어명에 의해 이루어진다. 야간 순찰을 돌던 김상헌은 서날쇠의 청을 듣고 소설 속 이시백과 같은 이유로 왕에게 가마니 보급의 시급성을 아뢴다.

 


(3) 이시백의 곤장

  • 소설 속에서 수어사 이시백은 청군이 남문 밖에 포진할 때 적정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성문을 닫아 걸었다는 명목으로 영의정 김류에 의해 중곤(中棍) 20대를 맞는다.

  • 영화 속에서 수어사 이시백은 왕이 보낸 새해 세찬을 돌려보냈다는 명분으로 치뤄진 북문 전투에서 체찰사 김류의 명을 어기고 군사를 퇴각시켰다는 명목으로 중곤(中棍) 30대를 맞는다.

 

(4) 북문 전투

  • 소설 속에서는 왕이 보낸 새해 세찬을 돌려보냈다는 명분으로 치뤄진 북문 전투에서 김류가 직접 퇴각 명령을 한다. 개울 건너로 군사를 물려 피해를 키웠다는 명목으로 이름 모를 초관에게 김류는 중곤(中棍) 80대를 내리쳤다.

  • 영화 속에서도 전투의 명분은 같다. 하지만 시기가 매우 좋지 않게 묘사되며 패전의 책임을 수어사 이시백이 지고 중곤(中棍) 30대를 맞는다.


 


(5) 칸의 도착과 왕의 사신

  • 영화 속에서는 최명길과 영의정이 적진과 칸의 도착 여부를 살피기 위해 사신으로 파견되지만 소설에서는 이름 모를 사신들이 같은 목적으로 삼전도로 향한다.

 

(6) 칸의 서신에 대한 답서   

  • 소설에서는 산성 밖으로 나오길 명하는 칸의 서신에 대한 답서 작성을 인조가 최명길을 포함한 총 4명의 인물에게 지시한다. 산성 내의 동요를 막기 위해 사관과 승지를 배석시키지 않은 채 비밀스럽게 진행한다. 명길을 제외한 늙은 당하관 세 명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답서 작성을 모면한다.

  • 영화에서는 인조가 최명길을 홀로 불러들여 답서 작성을 지시한다.


 


(7) 답서 전달

  • 소설에서는 삶을 구걸하면서도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답서를 전달 받은 칸이 대노하여 답서를 돌려 보내고 다시 서신을 적는다.

  • 영화 속에서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홍이포(紅夷砲)를 이용한 청의 최후 공습이 진행되는 중에 임금의 답서를 최명길이 청의 진영에 극적으로 전달한다.

 

(8) 강화도

  • 영화에서 강화도가 함락되는 장면은 제외되었으나 소설 속에서는 자세히 다뤄지며 인조가 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 장면에서 김상헌의 형 김상용이 죽는다.

 


(9) 김상헌의 죽음

  • 영화에서 김상헌은 청의 최후 공습이 진행될 때 홀로 방안에서 칼로 배를 찔러 자결한다.

  • 소설 속에서 김상헌은 왕의 출성을 돕기 위해 목을 매 자결을 시도하지만 때마침 도착한 도승지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10) 서날쇠와 나루

  • 영화에서 서날쇠와 나루는 청의 최후 공습이 진행될 때 산성 안에 있고, 전쟁이 끝난 후 그곳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 소설에서 서날쇠는 왕이 청에 출성의 뜻을 전한 다음 날 동벽 배수구를 통해 산성을 빠져나온다.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부인과 쌍둥이 아들, 그리고 나루를 데리고 산성으로 다시 돌아온다.

 

(11) 등장인물

  • 서날쇠 : 영화에서는 정묘호란 때 아내와 딸을 모두 잃은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조정이 남한산성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쌍둥이 아들을 성 밖으로 피난 시킨다.

  • 나루 : 김상헌이 죽인 뱃사공은 소설 속에서는 나루의 아버지, 영화 속에서는 나루의 할아버지로 나온다. 산성에 들어온 후 영화에서는 곧 바로 김상헌이 보살피다가 산성이 청에 의해 마지막 공격을 당할 때 서날쇠에게 보살핌을 부탁한다.  소설에서는 산성으로 홀로 들어온 나루를 김상헌이 서날쇠에게 바로 보살피라고 부탁한다.

  • 칠복이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서날쇠의 아우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 정명수 : 소설에서는 원래는 조선의 노비였으나 후에 청의 통역관으로 활약하는 정명수의 출생과 사연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다.




소설 남한산성은 시리다. 영화 남한산성은 아리다. 둘다 당시 산성 안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소설과 영화 모두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