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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사전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 아불카시스와 현대적 수술

by mudbrick 201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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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수술은 생명을 살리기로 결심한 몇몇 열성적 의사들이 수세기에 걸쳐 혁신을 거듭한 끝에 얻어낸 고도로 정교한 결과물이다. 이 생명을 살리는 인명구조 원리는 1천년 전 스페인 남부지역 무슬림에 의해 발전했는데, 그곳 무슬림들은 놀랍게도 혈관 수술, 일반외과 수술, 정형외과 수술 이렇게 세 가지 형태의 수술을 시행했다.

 

이때 가장 유명한 무슬림 외과의사 중 한 명인 '알-자흐라위'가 이슬람 전성기의 스페인 코르도바에 살았다. 936년 코르도바에서 태어나고 서양에서는 아불카시스(Abulcasis)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사람의 풀네임은 다음과 같다. 아불 까심 칼라프 이븐 알-압바스 알-자흐라위(Abul Qasim Khalaf ibn al-Abbas al-Zahrawi). 


[알-자흐라위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1964년 발행된 우표]

 

그는 독창적 방식으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고 능숙하게 그들을 진료했다. 그의 재능과 노력 덕분에 그는 동시대 가장 유명한 외과의사로 인정받았으며, 알-안달루스의 통치자 알-만수르의 궁정의사가 되었다. 또한 일생 동안 수많은 수술과 진료를 한 의사로서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을 개발했다.

 

10~11세기 스페인 코르도바에 살았던 이 의사는 약 200여 개의 의료 기구를 개발하고 사용하며 그가 살던 시대의 치과, 제약, 외과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 중 상당수가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때의 유산인 메스와 칼, 톱과 긁개, 드릴과 집게 등의 수술 기구는 천년이 지나는 시간을 겪으면서도 놀랄 정도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가 쓴 20권짜리 전서 『의료 방법』은 의사들이 부딪히게 될 거의 모든 의료상황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설명하며 실제 의학의 원칙을 확립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그와 동료들이 한 일들, 즉 그의 눈으로 직접 본 이야기를 적었는데, 매우 다양한 의료 상황, 치과 의료 및 외과 수술 기법에 대해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광물질, 약초, 동물성 식품을 토대로 한 약제 치료도 다루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수술기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책에는 수술기구의 스케치와 사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었다. 수술은 늘 위험하고 아픔을 수반했지만 적절한 수술기구를 사용한 덕분에 분만을 돕는 것 뿐만 아니라 골 질환, 종양, 요로결석, 상처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알-자흐라위가 그린 스케치에는 메스, 예리하거나 무딘 갈고리, 긁개, 톱 등이 있다. 많은 기구가 오늘날에도 매우 낯익지만 어떤 기구들은 더욱 발전되었다. 12세기 세비야 출신의 이븐 주흐르(Ibn Zuhr)라는 의사는 어떤 수술기구의 끝부분에 다이아몬드를 붙여 개량하기도 했다. 

 

그는 독창적 방식으로 의료 시술에 대변혁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다. 결손치를 위해 골치환술을 사용했고, 금선이나 은선으로 흔들리는 건강한 이를 연결하는 방법을 설명했으며, 처진 유방에 대해 외과 요법을 도입했고, 지혈용 탈지면을 최초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기관 절개술을 시행했고, 석고붕대를 사용했으며, 요로결석 치료를 위해 송곳을 요도에 삽입하는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이 고안한 특수 집게를 사용해 죽은 태아를 제거하는 것,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피두를 태우는 소작, 어깨 탈골을 맞추는 방법도 언급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붙어 있다. 창자실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오늘날에도 가장 단순한 수술에서 가장 복잡한 수술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는 내부봉합용 창자실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창자실은 녹아서 인체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유일한 자연물질로 보인다.





[알-자흐라위가 고안한 수술기구 - 톱(민샤르)과 긁개(미즈라드)]

 


모든 혁신적인 방법을 창안해낼 때 그는 항상 환자를 먼저 생각했다. 수술 시 종기를 제거해야 할 경우에도 환자가 놀라지 않도록 하기위해  날을 숨겨진 칼을 새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수술이 환자에게 주는 불편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적 관점에서 환자에게 매우  위험하거나 고통을 주는 수술 방법은 지양했다. 이는 당시에 외과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확실하게 발전한 것이었다. 이렇게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마도 그를 이슬람 지배하의 스페인 통치자의 궁정의사로까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인과(婦人科)에서도 그가 했던 작업은 선구적이었다. 그는 이상분만에 대처하고 해산 후에 나오는 태반과 양막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쳤다. 그는 질경을 디자인해서 선보이기도 했다.

 

오늘날로 치면 우즈베기스탄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11세기의 이븐 시나(Ibn Sina) 또한 광범위한 의학 분야를 다룬 『의학정전』을 집필하는 등 의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븐 시나도 알-자흐라위와 마찬가지로 여러 주제에 대해 다뤘다. 


예를들어 요로결석 때문에 생긴 요폐에 대해서는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환자가 등을 대고 반듯이 누워 엉덩이를 치켜올리게 한 다음, 환자를 흔들면 요도에서 결석이 떨어져 나가고 ∙∙∙∙∙ 오줌이 흘러 나오는데, 직장에 손가락 하나를 넣어 결석을 미치는 것도 쉬운 일이된다. 이렇게 해도 안 되면 카테터를 사용해 결석을 뒤로 밀어낸다 ∙∙∙∙∙. 만약 결석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우면 너무 심하게 밀면 안된다." 


현대 비뇨기과 전문의 또한 카테터나 내시경을 이용해 결석을 밀어낸다. 현대에도 후부요로결석을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13세기 시리아의 의사 이븐 알-꾸프(Ibn al-Quff)에 따르면 큰 방광결석의 외과요법이 작은 것 보다 더 쉬웠는데, 그 까닭은 큰 결석이 요로에 멈춰서 있거나 방광강에 있어서 결석을 더 쉽게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몇몇 사례들만 살펴보더라도 1천년 전 이슬람 세계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며, 따스한 보살핌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과 달리, 생존율이나 수술 성공율 통계는 없지만 당시 위대한 외과의사들이 남긴 풍부한 기록들은 남아 있다. 이러한 의료행위와 연구 기록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현대세계의 건강과 의료는 고대의 지식과 병원, 의약품, 수술기법 등으로부터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무슬림 사회는 초기부터 선구적인 수술, 병원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제도가 발달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했다. 

 

크레모나의 제라르드가 『의료 방법』을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알-자흐라위의 혁신과 관찰기록은 유럽으로 퍼져나가 르네상스 시대의 의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슬람 문명권의 다른 의학 저술과 함께 이 책은 수세기 동안 의과대학에서 수술지침서로 사용되었다.    



[15세기에 행해진 이슬람의 다양한 외과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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